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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내 자신이 더 큰 장애였다. 조회수 : 478
서혜연  (환자/가족) 2019-01-30 오전 9:01:45

저는 긍정적 성격에다 자칭 건강족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육식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가족 중에 암을 경험한 적도 없었고 다들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남편도 크지는 않지만 중견회사의 간부였고 아이들도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생각만 건강족이었지 실천하는 생활 속의 건강족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40대 중반을 지나며 가끔 항문 주위가 무거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책에서 배운 대로 대변 후 변을 관찰하면 좀 가늘고 때로는 혈변이 보여도 치질이 재발한 것이라 스스로 판단하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찼지만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많이들 그렇다고 해서 다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일을 계속 미루어 왔습니다. 결국에는 배에 통증이 오면서 검진결과가 나빠서 큰 병원에서 최종적으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암 진단을 받자마자 암에 대한 공포로 마음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의사가 권하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들였습니다. 마치 하루라도 늦으면 죽는 것처럼..

 

그리고 암에 대한 이해와 암 치료의 기본지식도 갖지 못한 채 여타 질병을 치료하듯이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암은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하지도 재빨리 낫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암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과 나중에 알게 된 암을 겪어가는 단계 중 충격과 부정 분노의 단계를 지난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충격과 막연한 공포의 단계에서 너무 오래 머뭇거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공포감 속에서 빨리 좋아지지 않는데 대한 초조감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항암치료의 후유증이 밀려오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정신까지 이상해졌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나 심했던 이런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 헤매는 동안 서서히 살고 싶다는 강한 생의 애착이 생겨났습니다. 이때부터는 의사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고 암에 대해서도 좀 더 여유를 갖고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대장암은 잘만 치료하면 60~70%의 생존 확률도 있고 재발도 되고 전이도 되지만 생각만큼 그리 빠르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배우게 되면서 서서히 공포감도 많이 가시면서 투병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제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도 있고 우연히(?) 걸린 측면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여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와도 버틸 수 있도록 자신을 관리할 예정이며 그리 결심을 하고 삽니다. 더 이상 암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것입니다. 투병에서 암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상수에 가까우며 암에 걸린 저는 변수가 많은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즉 암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면이 많지만 저 자신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암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장기전으로.. 왜냐하면 지면 제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죽기 때문입니다. 저의 죽음을 등지고 암과 싸움에서 쉽게 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에 본 안시성이란 영화 속 백성들처럼... 돌이켜 생각하면 암보다 더 위험했던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것도 암과 암 투병에 대해 무지했던 저 자신이었습니다. 암은 알면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2년 이상 걸렸습니다. 누구에게나 암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병의 성패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몸으로 익힌 진실입니다. 앞으로 저와 같이 모르고 당할 수많은 분들을 위해 이글을 드립니다.





지혜의 샘
(환자/가족)
서헤연님의 글을 보며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의외로 많은 환자들이 공포심 때문인지 빠르게 암 치료에 승부를 걸어보지만 거의 다 실패하고는 하지요. 저의 아버지도 님과 비슷한 행동을 하셨는데 결과는 좌절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었지만 항암 중에도 어처구니 없이 비싼 값으로 소문에 좋다는 영약(?)을 이것저것 많이도 드시고 시술하셨지만 당연히 실패하셨지요. 암 투병은 잘 되어도 시간이 걸리는 장기전인데 단기전으로 암을 박멸하려니 외부의 유혹에 넘어가시지요. 결국에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쓰고나서야 값비싼 진리를 얻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경험자가 드리는 고언입니다.
2019-02-01 오전 9:26:44 
[상담위원 : 홍헌표]
(환자/가족)
서혜연님 글을 읽고 나니 오래 전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서혜연님은 이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누리실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
2019-02-15 오전 1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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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간암, 목숨은 하늘에 맡기고 하루를 충실하게...
장현숙    암도 결국 나를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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